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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다람쥐, ‘하늘다람쥐’ 숲의 시간을 살아가는 작은 비행자

by 스튜디오 레이어 2026. 2. 3.

숲을 걷다 보면 우리는 종종 나무와 바람, 그리고 새의 움직임만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인간의 시선이 닿지 않는 높은 나뭇가지 사이를 조용히 가로지르는 작은 비행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하늘다람쥐입니다. 오늘은 멸종 위기 동물 중 '하늘다람쥐'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하늘을 나는 다람쥐, ‘하늘다람쥐’ 숲의 시간을 살아가는 작은 비행자
하늘을 나는 다람쥐, ‘하늘다람쥐’ 숲의 시간을 살아가는 작은 비행자

 

 

하늘다람쥐는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 제328호로 지정된 보호종입니다. 이는 단순히 희귀하다는 의미를 넘어, 생태적·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분들이 이 동물을 실제로 본 적은 물론, 존재 자체를 잘 알지 못합니다.

이 작은 포유류는 밤에 활동하고, 높은 나무 위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내기 때문에 인간과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숲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종이기도 합니다.

하늘다람쥐의 이야기는 단순히 ‘날아다니는 귀여운 동물’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래된 숲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가 자연의 시간을 얼마나 쉽게 끊어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천연기념물 제328호 — 밤에 깨어나는 숲의 주민

하늘다람쥐는 설치류에 속하는 작은 포유류로, 몸길이는 약 15~20cm 정도이며 꼬리까지 포함하면 30cm 내외입니다. 둥근 눈과 부드러운 털, 그리고 나무 위 생활에 최적화된 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특징은 커다란 눈입니다. 이는 단순히 귀여운 외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야행성 생활에 적응한 결과입니다. 밤에는 빛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하늘다람쥐는 해가 지기 시작하면 활동을 시작합니다. 낮 동안에는 주로 나무 구멍이나 오래된 나무의 틈, 즉 수동(樹洞)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은신처가 아니라 번식과 양육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삶의 터전입니다.

먹이는 도토리, 견과류, 나무껍질, 새싹, 때로는 곤충까지 다양합니다. 이러한 식습관 덕분에 하늘다람쥐는 숲의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이들이 저장해 둔 씨앗 중 일부는 다시 찾지 못한 채 발아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숲의 재생에 기여하는 자연스러운 식재 활동과 같습니다.

또한 하늘다람쥐가 안정적으로 서식하는 숲은 대체로 생태적 연속성이 유지된 건강한 숲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래된 나무와 다양한 식생 구조가 존재해야만 이들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작은 동물이지만, 그 존재 자체가 숲의 상태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늘다람쥐의 진짜 특별함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하늘을 난다’는 능력입니다.

 

 

어떻게 날 수 있을까 — 활강이 만들어낸 진화의 기술

하늘다람쥐는 흔히 날다람쥐로 불리지만, 엄밀히 말해 새처럼 날지는 않습니다. 이들의 이동 방식은 활강(gliding)입니다.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에는 얇은 피부막이 존재하는데, 이를 비막(飛膜)이라고 합니다. 나무 위에서 뛰어내릴 때 이 막을 펼치면 공기의 저항이 증가하며 몸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쉽게 말해 낙하가 아니라 통제된 미끄러짐에 가깝습니다.

활강 거리는 보통 20~30미터에 달하지만, 조건이 좋으면 그 이상을 이동하기도 합니다. 높은 나무에서 출발할수록 더 멀리 갈 수 있으며, 꼬리는 방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이동 방식은 단순히 효율적인 이동 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 지상으로 내려오는 위험을 줄입니다.
숲 바닥에는 족제비나 맹금류 같은 포식자가 존재합니다. 나무 사이를 이동하면 이러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합니다.
나무를 계속 오르내리는 것보다 활강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셋째, 넓은 영역을 탐색할 수 있습니다.
먹이를 찾거나 새로운 둥지를 확보하는 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활강이 가능하려면 충분히 높고 서로 연결된 나무가 필요합니다.

나무 사이 간격이 지나치게 넓어지면 활강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이는 곧 이동 경로가 끊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즉, 하늘다람쥐의 비행 능력은 숲의 구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숲이 촘촘할수록 이들의 하늘길도 유지됩니다.

반대로 숲이 듬성해지는 순간, 이 작은 비행자는 더 이상 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가장 큰 위협이 등장합니다.

 

 

노거수가 사라질 때 — 함께 무너지는 숲의 시간

하늘다람쥐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노거수 벌채입니다.

노거수란 단순히 오래된 나무가 아닙니다. 수십 년, 때로는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된 생태적 공간입니다. 시간이 축적되면서 줄기에는 구멍이 생기고, 가지 구조는 복잡해지며 다양한 생물이 의존하는 미세 서식지가 만들어집니다.

하늘다람쥐에게 노거수는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 조건입니다.

둥지를 만들 수 있는 수동 제공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길 공간 확보

안정적인 번식 환경 유지

문제는 노거수가 경제적 관점에서 종종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다는 점입니다. 쓰러질 위험이 있거나 개발 계획에 포함되면 비교적 쉽게 제거됩니다.

하지만 노거수는 심는다고 해서 곧바로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닙니다. 어린 나무가 같은 기능을 수행하기까지는 최소 수십 년이 필요합니다.

노거수가 사라질 때 발생하는 변화는 생각보다 큽니다.

우선 둥지를 잃은 하늘다람쥐는 번식 성공률이 낮아집니다. 또한 나무 간 간격이 넓어지면서 활강 경로가 끊기고, 이는 곧 먹이 탐색 범위 축소로 이어집니다.

결과적으로 개체군은 점차 고립됩니다.

생태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서식지 단편화라고 부릅니다. 서식지가 잘게 나뉘면 개체 간 교류가 줄어들고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멸종 위험이 높아집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노거수의 감소가 특정 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딱따구리, 올빼미, 여러 곤충과 균류 역시 노거수에 의존합니다.

즉, 노거수는 하나의 나무가 아니라 작은 생태계입니다.

이 나무를 베어내는 일은 단순히 목재를 얻는 행위가 아니라, 그 안에 축적된 시간을 제거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는 숲을 ‘공간’으로 보고 있을까요, 아니면 ‘시간’으로 이해하고 있을까요?

숲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번 끊어진 시간은 쉽게 복원되지 않습니다.

 

 

하늘길을 남겨두는 선택

하늘다람쥐는 크지 않은 동물입니다. 조용히 살아가며 인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 작은 비행자는 숲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입니다.

만약 어느 날 숲에서 하늘다람쥐가 사라진다면, 그것은 단순히 한 종의 감소를 의미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래된 나무가 사라지고, 숲의 구조가 변하며, 생태적 연속성이 끊어졌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큽니다.

자연 보호는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오래된 나무 한 그루를 남겨두는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미래의 어느 날, 깊은 숲 속에서 한 하늘다람쥐가 나무에서 뛰어내려 밤공기를 가르며 활강하는 장면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그 짧지만 우아한 비행은 숲이 여전히 건강하다는 가장 조용한 증거일 것입니다.

하늘다람쥐가 날 수 있는 숲을 지키는 일은 결국 우리가 살아갈 환경을 지키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늘길을 남겨두는 선택,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일 것입니다.